After conducting the Sookmyung Research Institute of Humanities HK+ “Age of Disgust, Response of Humanities” agenda project, we publish the related research theses in professional journals in Korea and abroad.
본고의 목적은 2000년대 이후 혐오 정동의 부상을 배경으로 관동대지진 제노사이드의 기억이 갖는 현재적 의미를 재고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1990년대 이후 역사수정주의가 침투하고 혐오가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어떻게 기억되어 왔는지를 돌아본다. 그리고 동시대 문학 공간에 나타나는 관동대지진 제노사이드의 잔향에 주목하여 혐오와 폭력에 맞서 관동대지진의 잔향을 듣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역사수정주의와 혐오가 대두되고 관동대지진 제노사이드 역사의 망각과 삭제가 진행될수록 역설적이게도 최근 들어 그 기억은 재귀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시대 문학으로 눈을 돌려보면, 후카자와 우시오(深沢潮)의 『초록과 빨강(緑と赤)』(2015), 이용덕(李龍徳)의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찌르기 전에(あなたが私を竹槍で突き殺す前に)』(2020), 황영치(黄英治)의 『전야(前夜)』(2015)와 같은 재일작가의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헤이트 스피치가 만연한 현대 일본의 사회 상황을 관동대지진의 기억이 불러일으키는 공포감과 중첩시켜 그려내고 있다. 현재 언어 공간에 가득 울리는 관동대지진의 잔향을 폭력의 예감으로 듣고, 곁에서 전개되는 폭력을 이미 남의 일이 아닌 폭력으로 감지하는 것에서부터 역설적으로 현대 일본을 뒤덮고 있는 혐오와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