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conducting the Sookmyung Research Institute of Humanities HK+ “Age of Disgust, Response of Humanities” agenda project, we publish the related research theses in professional journals in Korea and abroad.
버틀러는 『위태로운 삶(Precarious Life)』(2004) 이후의 저작들에서 애도 가치를 둘러싼 위계질서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도가능성이 차등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은 인간의 가치에 대한 규범에도 배타적인 기준을 적용하기에 위험하다. 애도될 수 있는 것으로 구분되지 못한 삶은 살아갈 수 있는 쪽에도 속하기 어렵다. 애도가능성의 영역으로부터 밀려난 삶은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인간의 조건을 획득할 수 없는 것이다.
본고는 버틀러가 제기하는 애도 가치의 불평등성이라는 문제를 영화 <그을린 사랑 (Incendies)>(2010)과 더불어 논한다. 이 영화에는 애도 대상이 될 수 없었던 삶들을 재현하려는 윤리적 노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을린 사랑>은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한 가족의 상실과 애도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이는 역사적 폭력이 삭제해버린 생명들을 공론장으로 입장시키려는 정치적 노력으로까지 나아간다. 빌뇌브 감독의 이 작품은 가족의 명예에 의해서,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 국가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공적 담론의 장으로부터 밀려나야 했던 삶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서사 윤리를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