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눈으로 본다는 것은 이미 형성된 의미가 부여된 외부 자극에 대한 수동적 반응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해석적인 과정이다. 신경생물학적 과정으로 보이는 우리의 시각 경험은 그 경험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과 결코 뗄 수 없게 연관되어 있다. 이 글은 시각과 혐오의 문제를 다루면서, ‘수행’으로서의 감각을 기본적인 관점으로 채택한다. 추악함, 기형, 불구, 그리고 우리가 폭력으로 인식하는 것의 대부분, 즉 선혈, 모욕, 폭행을 처리하는 것은 바로 시각이기 때문에, 시각적 경험은 그 자체로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기형, 추함, 질병 등은 혐오를 일으킬 수 있다. 정상적이지 않은 신체를 배제하는 데 성공한 오늘날의 사회에서, 스스로 정상적이라 여기고 공공장소를 활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에게서 발견되는 조금의 신체적 이상함도 견디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현대인의 시각적 참을성은 매우 박약하다. 공공장소에서는 타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는 규칙인 ‘예의 있는 무관심’과 타인의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하는 규칙인 ‘관심 비유발’을 실천해야 하는 곳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시위는 항상 아무 일 없이 펼쳐졌었던 동일한 정상인들의 생활에 말썽을 일으켜 본 위반 실험이다. 이 위반 실험은 많은 이의 혐오를 유발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정상성이 어떻게 일상적으로 구성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