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은 2017년부터 인문한국(Humanities Korea)의 후속 사업으로 인문한국플러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대학 인문학 연구소의 연구 기반 구축 및 역량 강화를 지원함으로써 해당 연구소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우리 연구소는 현재 인문한국플러스 사업의 목표에 따라 인문학 연구의 양적·질적 개선을 이루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산출함으로써 국내외 관련 분야의 핵심 연구소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우리 연구소는 인문학과 더불어 사회과학, 과학기술, 문화예술 등 다양한 영역을 횡단하는 인문학적 실천을 지향함으로써 인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전문 연구 영역에서 본 아젠다 사업의 성과 확산을 도모하고자 한다.

2020년부터 향후 7년간 진행되는 <혐오시대, 인문학의 대응> 아젠다 연구 사업은 우리 사회의 혐오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혐오 문제를 진지하게 살피고, 나아가 혐오 너머의 타당한 인간적 가치를 성찰하고자 한다.

혐오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으로부터 집단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인류가 자행한 수많은 혐오 현상이 존재한다. 더욱이 우리는 팬데믹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서 여러 층위에 발생하고 있는 극명한 갈등으로부터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는 혐오 양상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의 아젠다 연구 사업은 이처럼 복잡한 혐오 문제를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인종 혐오’, ‘젠더 혐오’, ‘노인 혐오’, ‘질병-장애 혐오’, ‘비인간 혐오’ 등 5가지의 혐오 범주를 제안한다. 또한 이러한 범주와의 관련 하에서 계급, 지역, 종교 등의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혐오 문제 또한 관심을 가진다.나아가 우리의 아젠다 사업은 연구의 효율성을 확보하고자, ‘인종, 젠더 혐오 분과’, ‘노인, 질병-장애 혐오 분과’, ‘비인간 혐오 분과’ 등 3개의 연구 분과로 조직을 체계화하여 이러한 5가지 혐오 범주 연구를 망라한다.

<혐오시대, 인문학의 대응> 아젠다 연구 사업은 연구 성과의 심화와 확산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기관과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나아가 우리의 사업단 내에 지역인문학센터로서 <공감인문학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서 아젠다의 연구 성과를 대중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인종/젠더 혐오 분과’, ‘노인-질병/장애 혐오 분과’, ‘비인간 혐오 분과’는 아젠다 연구 클러스터에 대응한다.
01

인종/젠더 혐오 분과

인종, 민족, 계급에 대한 차별은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깊이 뿌리내렸다. 최근의 트랜스, 포스트 담론은 이러한 차별을 변화된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다른 한편, 여러 논쟁과 실천적 노력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듯이, 젠더 다양성, 그것의 지속적인 분화,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갈등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인종/젠더 혐오 분과는 인종주의와 젠더 문제에 착종된 혐오와 차별에 주목하며, 더 나아가 민족, 계급, 장애 등 교차성 관점에서 연구를 확장함으로써 현실적인 해결의 길을 모색한다.

02

노인, 질병/장애 혐오 분과

노인-질병/장애 혐오 분과는 노화, 질병, 장애와 혐오 문제의 연관성을 연구한다. 노화, 질병, 장애는 공통적으로 신체성의 손상과 결핍이 그 본질이다. 건강하고 온전한 몸, 이른바 '신체의 정상성'에서 일탈된 양상인 것이다. 하지만 노화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으며 질병과 장애 또한 소수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예외적 양상이 아니다. 노화, 질병, 장애에 기인한 혐오와 차별이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노인-질병/장애 분과는 노화, 늙어감, 에이징 등의 노인 문제, 육체와 정신을 넘나드는 질병과 장애 문제를 혐오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혐오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세대 간 갈등, 정신질환과 범죄, 고통과 아픔 등 복수의 정체성, 복수의 양상의 경계선상에 가로놓여진 현대적 문제들도 숙고의 대상이다.

03

비인간 혐오 분과

혐오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된다. 이는 혐오가 인간관계의 여러 양상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극명하게 경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을 사회적인 경험의 가장자리로 조금 옮겨 보면, 그 근원적 흔적에서 혐오를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동물 사체에 대한 혐오는 죽음의 공포에 저항하려는 진화론적인 밈의 신체 경험이며, 공동체적 삶의 확산에 따라 사회적으로 변주된다. 이처럼 혐오는 물질에 대한 근원적인 경험이며, 나아가 물질과 신체운동의 변형으로서 구체/추상 기계와도 관련된다.

비인간 혐오 분과는 비인간 물질과 기계, 그리고 그것들과 접속한 인간-비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균열과 차별 쟁점들을 연구한다. 독성물질, 쓰레기, 방사능오염, 탄소 과잉의 지구, 자연적/인공적 변형 신체, 인공지능, 로봇 등이 그 주제 영역에 포함된다. 비인간 혐오 연구는 비인간 쟁점을 다루고 나아가 포스트-휴머니즘의 비판적 관점을 아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