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콜로키움 : 인류세와 파국주의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의 제18회 콜로키움에서는 <인류세와 파국주의>라는 주제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본 행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참여를 병행하여 이루어졌으며, 온라인 참여자는 사전 신청을 통해 11월 28일 목요일 오후 4시에 Zoom을 통한 실시간 중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번 강연에서는 ‘파국’의 문제틀을 21세기 사회현실을 분석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삼고, 이를 통해 사회이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강연자는 근대적 파국 속에서 태어난 사회이론 혹은 사회학이 왜 ‘파국’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못했는지 질문하며, 21세기적 현실에서 이 개념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유럽 사회이론 사례를 소개하였다. 첫 번째는 울리히 벡의 해방적 파국주의론이며, 두 번째는 브뤼노 라투르의 가이아 이론에 기초한 생태 정치학이다.
강연자는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론’과 유고작 『세계의 탈바꿈』을 중심으로 인류세와 기후변화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파국’으로 재해석하며, 이를 해방적 계기로 전환시킬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특히 벡의 이론이 체르노빌 참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논의하고, 논문 「인류학적 쇼크」를 기반으로 이론적 시도와 함의를 심도 있게 분석하였다. 아울러, 벡의 해방적 파국 개념이 지닌 세 가지 주요 한계를 조명하며 이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브뤼노 라투르의 사회이론과 가이아 이론도 강연에서 중요한 논의 주제로 다루어졌다. 강연자는 라투르가 러브록의 가이아 가설을 재해석하며 서구 근대성을 비판하고, 임계 영역으로서의 가이아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점을 설명했다. 라투르는 파국적 기후 레짐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쟁 모델과 생태 계급이라는 개념을 통해 21세기 사회이론의 전환 가능성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울리히 벡과 브뤼노 라투르의 이론은 인류세가 사회이론에 가져온 충격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되었으며, 이를 통해 21세기 사회이론은 발전이 아닌 재난, 번영이 아닌 파괴, 진보가 아닌 파국이라는 현실을 깊이 고뇌하며 성찰해야 함이 역설되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파국의 개념 정의와 사회이론의 실천적 활용, 그리고 생태 정치학의 가능성과 한계가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주요 질문으로는 라투르와 벤야민이 신학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 대한 강연자의 견해, 생태 계급의 정치적 가능성, 그리고 라투르가 제안한 새로운 연결의 형태가 사회학적 담론에 미치는 영향 등이 제기되었다. 강연자는 라투르의 비판적 접근과 인류세적 감성이 주체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설명하며,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질문자들에게는 강연자의 저서 『사회학적 파상력』(2016)이 증정되며 강연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