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의 제17회 콜로키움에서는 “치매,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라는 주제로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이지은 교수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본 행사는 온라인 참여와 오프라인 참여를 병행하여 이루어졌으며, 온라인 참여자는 사전 신청을 통해 8월 29일 목요일 오후 3시에 Zoom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한 실시간 중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번 강연에서는 치매가 단순히 준비 가능한 질환이 아니라, 그 준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치매 이후에도 지속되는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연사는 치매를 ‘인지능력의 소실’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는 삶의 가능성을 강조하였다. 치매 이후의 삶에서 언어적 의사소통의 부재나 기억의 상실이라는 증상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람들의 몸짓, 습관, 제스처 등이 그 사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논의하며, 현재의 순간과 교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돌봄의 경험은 치매 이후의 삶을 상상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돌봄은 개인적인 노동이자 사회적으로 불균등하게 분배된 책임이며, 돌봄 관계 안에서 새로운 존재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연사는 개인들이 어떻게 살고 싶고, 어떤 돌봄을 받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돌봄의 조건과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치매로 인한 낯섦과 그로 인한 괴로움, 돌봄의 구조적 변화 필요성, 치매인과 돌보는 사람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점 등이 논의되었다. 연사는 특히 치매를 겪는 이들과 그 가족에게 실패와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관대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질문자들에게는 연사의 저서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2020)가 증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