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차 숙명인문학연구소 HK+아젠다 연구 월례 발표회 개최
연구발표: ‘연민과 수치심의 시선 - 1950년대 '부랑아'를 통해 본 한국 빈곤혐오의 원형’
발제자: 예지숙(HK연구교수)
2025년 8월 1일(금) 오후 3시에 제23차 숙명인문학연구소 HK+아젠다 연구 월례 발표회가 개최되었다. 8월 월례발표회는 총 11명이 비대면으로 참여하였다. 제23차 월례발표회는 예지숙 HK연구교수가 발표를 진행하였다.
본 발표는 1950년대 한국 사회에서 ‘부랑아’라 불린 청소년들의 생활사와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한국 사회 빈곤 혐오의 역사적 원형을 고찰하고 이를 통해 오늘날의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한국전쟁 이후 부랑아들은 전쟁고아, 불량소년, 직업소년 등 다양한 명칭으로 호명되었으며, 거리와 시설을 오가며 자립적으로 생존하였다. 이승만 정부는 단속과 수용을 병행하는 정책을 실시하였으나, 부랑아는 냉전기 국가 건설의 맥락 속에서 미래의 인재이자 동시에 국가적 수치로 간주되었다. 그 결과, 이들은 동정과 연민, 빈곤에 대한 혐오가 교차하는 복합적 사회 감정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아울러 이 시기 도입된 미국식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부랑아를 병리화하는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였으나, 이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괴리를 보이며 정책적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부랑아는 단순히 사회문제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로, 기성 사회의 감각을 내면화하며 일정한 규율 속에서 생활하였고, 빈민가에서는 배제된 타자가 아니라 이웃으로 인식되었다. 당시 빈곤이 보편적인 사회적 조건이었다는 점에서, 부랑아에 대한 시선은 혐오와 동정, 그리고 연민이 중첩된 양상을 보였다.
본 발표에서는 1950년대 부랑아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과거의 특정한 사회적 집단을 해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노인·이주민·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저들의 문제’로 전가하는 통치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며, 나아가 빈곤 혐오의 구조적 지속성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사유를 환기시킨다.